친구가 청약 65점 만드는 데 걸린 17년의 기록
친구 한 명이 만 30세부터 청약통장을 매달 10만씩 부으며 가점을 쌓아왔다. 결혼·자녀·부모 부양까지 17년 흘러 65점이 됐다. 각 시점에서 점수가 어떻게 바뀌는지 옆에서 본 기록.
대학 때 만난 친구가 지금 47살이다. 작년에 둔촌주공 일반공급에 가점 65점으로 신청했는데 안타깝게 떨어졌다. 우리 셋이 모인 술자리에서 "이쯤 되면 그냥 매수해야 하는 거 아니냐"는 얘기가 나왔는데, 친구가 "그래도 17년 모은 점수가 아까워서"라고 했다. 그 17년이 정확히 어떻게 흘러갔는지 궁금해서 옆에서 본 시점들을 정리해봤다.
청약 가점은 세 항목 합계 84점이 만점이다. 무주택 기간 32 + 부양가족 35 + 청약통장 17. 이 친구는 65점인데, 어떻게 65점이 되는지 시간 순으로 풀면 가점제가 왜 "기다림의 게임"이라고 불리는지 직관적으로 보인다.
만 30세 — 카운트 시작 (총 0점)
청약 가점에서 가장 중요한 출발점이 만 30세다. 무주택 기간은 만 30세 또는 결혼 시점 중 빠른 날부터 카운트된다. 이 친구는 비혼 상태로 만 30세에 진입했다. 그날부터 시계가 돌기 시작.
청약통장도 그제서야 가입했다. 사실 만 19세부터 가입할 수 있었는데 "청약통장이 뭐야" 했던 친구다. 이건 우리 셋이 두고두고 후회한 부분이다. 만 19세에 가입했으면 17점 만점을 11년 앞당겼을 텐데, 만 30세 가입은 만 47세에 17점 도달.
만 30세 시점 점수:
- 무주택 0점 (시작일)
- 부양가족 5점 (본인 1인 기본)
- 청약통장 1점 (가입 6개월 미만)
- 총 6점
이 시기엔 "6점으로 뭘 한다고" 같은 회의감이 컸다. 강남 분양 가점 컷이 70점대였으니 비교조차 안 되는 점수.
만 33세 — 결혼 (총 16점)
3년 후 결혼했다. 결혼하면 부양가족이 본인 + 배우자 2명으로 잡혀서 부양가족 점수가 5점 → 10점으로 뛴다. 한 번에 +5점.
이 시점 점수:
- 무주택 6점 (3년 × 2점)
- 부양가족 10점 (본인 + 배우자)
- 청약통장 5점 (3년)
- 총 21점
결혼하면 자연스럽게 점수가 빠르게 늘기 시작한다. 미혼 5점·자녀 5점·부모 5점이 다 부양가족으로 잡히기 때문에 결혼·출산·부모 부양은 가점제 최고 가속기다.
만 36세 — 첫째 출산 (총 27점)
아이가 태어났다. 부양가족이 3명(본인 + 배우자 + 자녀)으로 늘어 15점. 또 +5점.
- 무주택 12점 (6년)
- 부양가족 15점
- 청약통장 9점 (6년 → 9점 구간)
- 총 36점
이 시기 친구는 "이제 좀 도전해볼 만한 거 아니냐"고 했다. 실제로 36점이면 비인기 단지 추첨제 도전 가능한 점수다. 그런데 청약 통장 잔액이 부족했다. 1순위 자격에는 가입 기간뿐 아니라 납입 횟수 + 예치금이 따로 잡혀서, 그동안 매달 2만원만 부으면 횟수만 채워질 뿐 예치금이 부족하다.
여기서 친구가 한 결정이 매달 10만원으로 증액. 매월 같은 액수를 꾸준히 부어야 1순위 우선순위에서 유리하다는 걸 알게 됐기 때문. 2만원 → 10만원 5배 증액인데, 1년에 96만 추가 부담이라 신혼 살림에 적지 않은 액수였다.
만 39세 — 둘째 출산 + 청약 1순위 진입 (총 47점)
둘째가 태어나면서 부양가족이 4명(본인 + 배우자 + 자녀 2). 점수 20점.
- 무주택 18점 (9년)
- 부양가족 20점
- 청약통장 11점 (9년)
- 총 49점
청약통장 9년 시점부터 1순위 자격이 안정적으로 들어왔고, 둘째 출산하면서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(혼인 7년 이내)이 만료됐다. 신혼부부 특별공급 자격이 살아 있을 때 도전 안 한 건 친구가 두고두고 아쉬워한 부분이다.
신혼부부 특공은 가점제와 무관하게 "혼인 7년 + 무주택 + 소득 기준"으로 자격이 결정되는데, 둘째 자녀가 가산 점수를 받기 때문에 자녀 출산 후 1~2년 시점이 가장 유리하다. 가점제 50점 미만 시점에 특공 자격을 활용 안 한 게 시간 손실이었다.
만 42세 — 부모 부양 등록 (총 56점)
아버지가 만 65세를 넘기시면서 함께 살게 됐다. 부양가족에 부모 1명 추가 = +5점. 단, 만 60세 이상 부모 + 3년 이상 동거 + 주민등록 동일 세 가지를 모두 충족해야 한다. 동거 시작 시점부터 3년 카운트가 들어가서, 실제 점수에 반영된 건 만 45세 시점이었다.
3년 동거 충족 시점:
- 무주택 30점 (15년 × 2점)
- 부양가족 25점 (본인 + 배우자 + 자녀 2 + 부모 1)
- 청약통장 17점 (15년 만점)
- 총 72점
여기서 부모가 한 분 더 부양가족에 포함되면 +5점이라 77점이 되는데, 배우자 부모는 별도 조건(역시 60세+ 3년 동거)을 채워야 한다.
만 47세 — 둔촌주공 도전 (총 65점)
그런데 친구의 실제 점수는 65점이었다. 위 계산보다 7점 낮은데, 자녀 1명이 만 30세를 넘기면서 부양가족에서 빠졌다. 큰 자녀가 결혼해서 분가했는데, 그 시점에 부양가족 카운트도 줄어든다.
분가 후 점수:
- 무주택 32점 (만점, 16년 × 2점)
- 부양가족 20점 (본인 + 배우자 + 부모 + 미혼 자녀 1)
- 청약통장 17점 (만점)
- 총 65점
둔촌주공 일반공급 가점 컷이 67~74점이라 65점은 살짝 모자랐다. 무주택 32점·청약통장 17점은 만점인데, 부양가족이 35점 만점에서 20점밖에 안 나오는 이유는 자녀가 성인 되면서 분가했기 때문이다. 이게 가점제의 함정 중 하나 — 자녀 성장이 점수에는 마이너스다.
17년의 결론
친구가 지금 65점인데, 더 올리려면 두 가지 선택지가 있다.
- 배우자 부모 동거 + 부양 = +5점, 단 3년 동거 필요
- 시간이 더 흐르길 기다림 — 인기 단지 컷이 자연 하락하길 기대
또는 이번 둔촌주공 같은 식의 도전을 계속하면서 다음 입주물량을 노리는 방법. 친구는 "나는 이번 생에 강남은 못 들어가지만 마포·성동 정도면 65점이 충분히 통할 것"이라고 말했다.
가점제가 정말 "기다림의 게임"인 이유는 점수 1점 올리는 데 평균 6개월~1년이 걸리기 때문이다. 무주택 1년 = 2점, 청약통장 1년 = 1점. 부양가족만 한 번에 5점이 들어오는데, 결혼·출산·부모 부양 같은 인생 큰 이벤트라 마음대로 만들 수 없다.
30~40대 1인 가구라면
이 글을 읽고 "나는 미혼이라 영원히 안 되겠다" 싶다면, 가점제에서 점수를 쌓기보다 다른 트랙을 노리는 게 합리적이다.
1) 추첨제
강남·서초·송파 등 투기과열지구도 일반공급의 25%, 비조정지역은 60%까지 추첨으로 배정된다. 가점 30~40점대도 운으로 당첨 가능. 한 친구가 분당 추첨제에서 33점으로 당첨됐다.
2) 생애최초 특별공급
혼인 + 무주택 + 소득 기준 + 청약통장 가입 등 자격이 까다롭지만, 30~40대에 첫 매수하는 경우 가장 현실적인 트랙이다. 일반공급 25%까지 배정.
3) 신혼부부 특별공급
혼인 7년 이내 + 무주택 + 소득 기준. 자녀 가산 점수 있음. 30대 초반 결혼한 사람들은 가점제보다 이쪽이 빠른 길.
4) 지역 우선 공급
분양 단지 소재 시·군 거주자 우선 30~50%. 본인 거주지가 분양 단지 지역이면 가점 + 거주 가산 합쳐서 의외로 컷에 가까워진다.
그래서 점수가 얼마인지부터 보자
가점제 도전 가능 여부는 본인 현재 점수에 따라 다르다. 청약 가점 계산기에 무주택 기간·부양가족 수·청약통장 가입 기간을 넣으면 즉시 0~84점 산정된다. 30점대면 추첨제·특별공급 도전, 50점대면 비인기 단지 가점제, 65점+면 인기 단지까지 도전 가능. 그래서 본인 점수 알면 어떤 트랙을 노릴지 결정이 빠르다.
친구가 65점이 되는 데 17년이 걸렸다. 이 글을 읽고 만 19세에 청약통장 가입을 시작한다면 11년 일찍 만점에 도달한다. 청약통장 매달 10만원 6개월만 부어도 자녀에게 "이거 평생 두고 봐라" 할만한 자산이다.
기준 시점: 2026년 5월 기준 "주택공급에 관한 규칙". 가점제 항목·점수(무주택 32·부양가족 35·청약통장 17 = 84)는 안정적으로 유지 중이며, 특별공급 비율과 추첨제 비율은 정부 정책에 따라 분기 단위로 조정. 1순위 자격 요건(가입 기간·납입 횟수·예치금)도 지역별·시기별 차이가 있어 신청 직전엔 국토교통부 청약Home 공시를 다시 확인.